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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 열등 크럼블

" 아프다고! 어제 베였는데 …일부러 그랬냐?! "(훌쩍.)

제이찬諸爾竄

성씨 제/너 이/숨을 찬

한국 | 18세 | 2학년 | 남성 | 181.2cm | 72.3kg
소지품

왼손잡이용 가위, 여분의 거품기, 남색 크로스백
:가위는 제 손에 맞는 것이 아니면 쓰기 어려워 주방용 가위는 항상 지니고 다닌다.
거품기는… 크림치즈를 으깨는 도중 형태가 망가지는 일이 잦아 일주일에 한 번은 갈아치운다고.
매주 새 거품기를 마련해 온다. 모두 남색 크로스백에 넣어 메고 다닌다.

프랑스어 실력

■■■■□
이찬은, 수업시간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집중했다. 그러니까 뭐 하나라도 성적이 나쁘면 이상한 일이다.
한국에서 한 발짝 나간 적 없는 것 치고 자연스러운 프랑스어를 구사했다. 수업을 열심히 듣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여가 시간에는 프랑스 드라마를 즐겨 봤기 때문이다. 듣기로써 키운 청해 실력과
그에 자연스럽게 따라온 발음까지. 어쩌면 이찬이 내세울 수 있는 (크림치즈 디저트를 제외한) 거의 유일한 특기일 테다.
원래 언어적 감각이 꽤 있는 편이었던 것도 같다. 이찬은 영어 또한 곧잘 배웠고, 국어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과목에 비해 시간을 적게 할애해도 어느 정도 성적은 나왔다. (반대로 다른 과목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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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

외관

삐죽삐죽 뻗은 연한 갈색 머리를 매일 손으로 꾹꾹 누르며 다닐 정도로, 자유분방한 머릿결의 소유자.

원래부터 밝은 빛을 띠기는 했으나, 웬걸. 오른쪽 머리 한구석은 푸른 빛으로 물들어 있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다 하던데,

정말 알기 쉽지 않나 싶다. 이 정도는 붙임머리라 속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염색한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고수하고 있는 스타일.

머릿결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닌 듯하다. 관리하지 않은 강아지, 또는 털이 엉망진창 곱슬곱슬! 인 강아지 정도에 비유된다.

빗어도 잔뜩 엉키기 일쑤고, 자고 일어난 직후에는 이보다도 심하다니까 뭐, 말 다 했다. 남색 눈은 맑다기보다는

약간 탁한 빛에 가까웠다. 그다지 총기도 어려있지 않고, 툭하면 그 빛을 가로막는 것이 눈물이다! 눈매는 날카롭지만

거의 항상 부어있었고 그 탓에 짙은 쌍꺼풀도 잘 보이지 않았다. 딱 하나, 늘 조금 화난 듯 올라가 있는 선명한 눈썹만 보였다.

감정 표현은 무슨, 늘 화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짜증만 많은 사람 정도로 취급받는다. 그럴 때마다 억울하다는 듯.

정갈하게 차려입은 교복은 약간 품이 남았다. 손목부터 몸 부분까지, 키 치고 제게 맞는 것 하나 없다더라.

몸무게는 표준과 비슷하다만 몸 선이 원체 얇다. 대신 뼈가 통뼈랬나, 뭐랬나. 피부 아래로 들어찬 근육 탓이리라.

마이만 벗으면 몸에 꼭 붙는 와이셔츠다…. 넥타이는 의도한 건지 뭔지, 항상 반쯤 풀어져 있다고. 손과 얼굴에 잔상처가 많다.

주방에 틀어박혀서 뭔가를 부지런히 하고 있자면 이찬의 비명소리가 거의 일상처럼 들려온다. 아마 그 탓이리라.

칼과 동고동락하지만 여전히 친해지지 못한 채! 손을 베고 만다. 근데… … 칼과만 친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강판 들고 설치다가 긁히고, 오븐에서 갓 꺼낸 트레이에 손을 데고. … 상처가 끊일 날이 없어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을 정도다.

늘 화려한 밴드로 자기를 감싸고 다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특기

크림치즈

 

크림치즈로 만드는 모든 디저트는 이찬의 특기…! 라 감히 말할 수 있다. 팔 힘으로 크림치즈를 꾹꾹 뭉개 시트에도, 크림에도,

쉬폰에도… 크림치즈가 필요한 곳이라면 이곳저곳 곧잘 사용한다. 다른 재료와 맛이 따로 놀지 않도록 조화롭게 배치하는 데도

도가 텄다. 이를테면 얼핏 너무 새콤해 어울리지 않을 법한 키위에 설탕 옷을 입혀 함께 둔다거나, 하는 둥의 가공 말이다.

또 크림치즈는 뭉치기 쉽다. 그 특성을 어찌나 잘 아는지 (애초에 치즈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만큼…)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꾹꾹 뭉개는 것을 시작으로 하는 요리라면 매우 공을 들인다. 다만 너무 뭉개면 물러질 수 있는 탓에 그 적당한 지점을

찾느라 고생했다고. 노-오븐 크림치즈 케이크를 특히 잘 만든다. 간단한 디저트로는 딱이라 심심하면 케이크 디자인을

구상하고는 한다. 물론 디자인에는 소질이 없어 노트를 조금만 들여다 봐도 엉망진창임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이찬의 크림치즈 사랑은 꽤 유별난 편이었다. 이 덕에 재능도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치즈를

한국인 치고는 정말 많이 좋아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이런저런 회사의 크림치즈를 전부 먹어보고 다니지를 않나,

거기에 성이 안 차는지 이제는 직접 만들겠다고 나설 정도다. 물론 이를 활용한 베이킹이 주가 되는 만큼 학교에서는

제공되는 재료만 쓰지만, 늘 불만인 얼굴이다. 이따금 직접 만들어 오기도 한다. 실제 수업에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개인 연습에는 요긴하게 쓰고 있다. 수제라는 특성 탓에 그 양이 많지 않은 만큼 이찬이 유난히 공들여서 만드는

디저트가 있다면 필히 제가 만든 크림치즈를 쓰는 요리일 테다. 사랑과 재능, 이 둘의 조화란 얼마나 축복인지!

스위트 요정

…“유치하게 설마 일부러 그랬겠어?” 바보.

Crumble

 크럼블. 이찬이 세인트 마리에 입학하기 무섭게 조리실에서 울고있던 걸 발견해 정신 차리라며 일침을 날리러 와 주었던

스위트 요정. 대체 뭐가 그렇게 서럽냐고, 가슴 당당하게 펴고 좀 살라고 하던 게 크럼블의 인간계에서의 첫 마디일 정도로

이찬은 서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이찬을 한심한 눈으로 보다가도, 그가 만들어둔 디저트를 보더니 가볍게 스푼을 휘둘러

크럼블을 뿌려 주었다. 바삭바삭, 크럼블이 눈물에 젖어들어갔다.

따뜻하고 밝은 연갈색의 머리칼을 한 쪽으로 가지런히 모아내렸다. 오른쪽으로는 푸른 브릿지가 들어 있다.

남빛 눈은 이찬과 달리 선명했고, 속눈썹이 둥글다. 프릴 장식이 달리지 않은, 엷은 푸른빛의 머리띠에는

동그란 진주 장식이 두어 개 달려 있다. 단출한 체크무늬의 앞치마와 엷은 푸른색의 상하의. 하의는 바지로, 품이 넓다.

눈 색과 꼭 같은 콘플라워색 보석이 박힌 스푼을 들고 다닌다. 이름 그대로 그가 잘 만드는 것은 크럼블이다.

사과 크럼블 등의 디저트도, 디저트 위에 토핑되는 크럼블도, 크럼블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라면 종류 가리지 않고 잘 만든다. 크럼블의 바삭한 정도까지 조절할 수 있었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크럼블은 케이크 재료로서는 잘 찾아볼 수 없다.

미관으로 보나 맛의 조화로 보나, 크럼블은 사실 부드러운 케이크에는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탓이다.

컵케이크에는 종종 쓰였을지 몰라도 그랑프리에 당당하게 선보일 만한 디저트에는 조금 별로였을까.

…크럼블은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요정이었다. 이찬이 크림치즈를 어떻게든 다른 재료에 섞어넣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던 것처럼 크럼블에게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테다. 크럼블은 소보로빵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빵류뿐만

아니라 케이크에도 분명 어울릴 수 있는 재료다. 그럼에도 크럼블은 이 사실을 모른 척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여유로움 // 단호함 // 꽉 막힌

… 이 세 단어로 크럼블은 완전히 표현된다. 보기와 다르게 평소에는 꽤나 여유로운 성격이다.

즐길 건 전부 즐기고 빡빡한 일정을 싫어했다. 그래서인지 밤낮 가리지 않고 힘을 쏟아넣는 이찬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할 때는 제대로 했다! 특유의 단호한 어조와 강단 있는 성격은 이찬의 방황을 막아낸다. 결정 장애를 모르는 요정이다.

한 번 꽂히면 끝까지 밀고 나간다. 제 의견과 신념 등이 확고한 탓에 꽉 막혔다는 평가가 있다. 아니, 많다.

크럼블의 고집은 꺾을 수 없는 것이고, 그의 신념은 바뀔 줄을 몰랐다. 그 특유의 고정관념 또한 아무리 현실을 보여줘도

바뀌지 않는 것이었다. 사소한 관념의 차이 탓에 크럼블은 자신을 꽤 싫어하곤 했지만… 그럼에도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확신을 가져서 문제다. 어떻게 보면 단점이지만 이찬에게는 참 다행인 일이다.

그를 위해 마음 써 주고(?) 결단까지 도와주는데, 이만큼 잘 맞는 스위트 요정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크럼블 또한 다행히 이찬을 싫어하지 않았다. 꽤 좋아하는 편이었지. 그 애정이 꾸짖음과 결단으로 표현됐다.

긴장 대신 여유로움과 애정이, 그러면서도 표정은 정 반대의 양상을 보이는… 묘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크럼블은 이찬에게서 얼핏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다정한 꾸짖음을

내어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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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감정적인 // 질투하는 // 조력자]

감정을 죽이지 못해 목구멍이 터졌어 그런데도 죽질 않아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딸기잼을 열었어

이찬은 화가 많았다. …원체 성격이 괴팍한 것도 무엇도 아니다. 그냥, 조금 화가 많을 뿐이다.

물론 버럭버럭 화를 내는 걸 일상 삼지는 않았고, 평소에는 늘 짜증을 내고 있다는 식으로 표출됐다.

틱틱거리는 듯한 그 태도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덩달아 짜증을 느끼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찬 정도면 귀여운 수준이지,

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 도를 넘지는 못했다. 제이찬이라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그렇게 모질게 굴 만한 그릇을 가지지 못했다.

이것만 가지고 이찬이 감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라 디미는 일은 없을 테다. 그러면 대체 뭐가 그를

감정적으로 만드는가? 사람들은 줄곧 말을 툭, 툭 내뱉어버리고 성찰도 후회도 하지 않는 사람을 보고 멍청하다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해서 그런 말들을 뱉어버리는 것은 아니며, 게다가 후회하는 방법 정도는 안다고 변명하는 이들만 수두룩하다.

이찬이 이런 사람에 속했다. 순간 훅 치밀어오르는 화를 짓누르지 못해 소리를 높이기도 했고 퉁명스러운 말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깎아내릴 만한 말까지도 뱉어버리고 말았다. 이찬의 자존감이 낮은 것도 한 몫 했다.

그 화살은 절대 남을 향하지 않았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이 점은 이찬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찬은 늘 후회하기밖에 못 했다. 생각을 거치지 않으면 말 뒤에

뭔가를 숨기는 것도 곧잘 되지 않는다. 요컨대 생각한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세상에 나와버린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라 치면 금세 들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솔직한 마음은 부끄럽더라도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불가항력에 의한 일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당장 미친듯이 웃긴 영상을 보여줄 테니 조금 참아보세요 한다면 상황에 대한 당혹감이나

영상의 해학성에 의해 감정을 표하게 되는 사람은 태반일 테다. 이찬은 그 정도가 더 심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정에 의해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제대로 된 사고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음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랑프리에서 한순간 실수를 빚어낼 수 밖에 없는 요인인데도… … 이찬은 이 성격만큼은 고치지 못하겠다고 했다.

먼저 후회할 일을 만들어 놓고 후에 이러면 안 됐다며 땅을 치며 예상 그대로 후회한다. 어리석은 일임을 알고,

그래서 감정이 더 북받쳐 오른다. 이찬은 눈물이 많았다. 크럼블 위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 있자면 항상 제 한심함을 탓하게 된다.
 

 달콤해서 흘겨봤어 나는 시큼한 지방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동안에도 너를 봤어

질투가 잘못을 낳고 잘못은 후회를 낳는다. 이찬은 계속해서 뒤를 돌아봤고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이는 전부 제 실패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공을 돌아봤기 때문에 하는 말들이다. 자신이 이루어낼 수 없는 것들과 한계를

너무나도 잘 알았고 애써 부정하려 했기에 그 선망의 시선은 자신이 진정 바라는 성공과 멋진 모습이 아닌 타인을 향하게 됐다.

질투는 으레 사람의 원동력이 되어주고는 한다. 또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막아버리는 장애물로써 작용하기도 한다.

이찬의 경우에는, 아마 예상했겠지만 후자였다. 이찬은 착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바라봄으로써 자신은 추진력을 얻고,

그래서 이렇게까지 나를 갈아넣어가며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크나큰 착각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저 혹사에 불과한 행동을 노력이라 착각했다.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나 질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나를 좀 봐서라도

조금만 욕심을 버려 주세요~ 하는 이기적인 말을 대놓고 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용기와 또는 무지가 필요할까.

이찬은 안타깝게도 그 둘 중 어느 것도 가지지 못했기에 입만 꾹 다물고 남빛 눈만 눈물로 태웠다.

단적으로 제 시기와 열등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찬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피면 금세 알 수 있을 테다.

이찬은 자신을 타인과 잘 비교했고, 자신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시험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가 가진 재능을 분명 꽃피울 수 있고 노력의 결과로써 어느 정도 보여줬음에도 스스로가 믿지 못했다.

타인을 끌어내리지 못해 자신을 끌어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미 바닥에 있다 믿었기에

더욱 내려갈 구석은 없었고, 위를 향해 타박타박 작은 발걸음은 계속 내딛고 있는데도 자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것은, 앞서도 말했지만 이찬의 성격에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고 그럴 만한 대인배도 아니었다.

이따금 너는 참 좋겠어, 하고. 부러움을 표하는 일은 있었으나 나쁜 말을 하는 일은 없었다.

보통 질투를 하는 사람과는 퍽 다른 면모였다. 허물과 결점을 짚어내는 대신 장점과 멋진 구석을 알려주는 말을 했다.

이래서 이찬에게 돌아가는 것이 뭐가 있을까 싶을 정도지만. 제대로 생각하고 한 걸음 물러서 넓게 돌아볼 줄 안다면

이찬에게 남는 것은 자신이 선망하는 그릇된 길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올바른 동경과 자신을 격려하는 힘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찬이 극단으로 내몰리지 않은 것은… … 저를 둘러싼 따스함 덕이다.

다만 나는 딸기잼을 사랑했어 이 시큼한 지방덩어리 마저도 사랑했어

계속해서 아래로 푹 꺼지는 것만 같은 마음에도 이찬이 사람을 싫어하지 않고 칭찬 일색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자기 자신을 탓할지언정 남에게는 독려만을 건네 줬다. 이찬은,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상당히 이타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이 도움을 베풂으로써 기댈 구석을 찾았다. 언젠가 돌아올 도움을 기대했기 때문이냐 물으면, 그것은 아니었다.

사심 없이, 바라는 것 없이, 꾸밈 없이. 오롯이 자신의 친절을 베풀 뿐이었다. 사실 이찬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무엇도

돌려준 적이 없었고, 돌려주려 해도 이찬은 늘 도망치기만 바빴다는 진술을 늘어놨다. 군말 없이 조력자로서 나서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물질적 지원이든 정신적 지원이든, 이찬은 여전히 제 감정을 붙잡아 두고 어를 줄을 몰라 투덜거리는 말들을 내뱉고는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찬은 불평 이상도 이하도 하지 않았다. 누구나 약간의 불평을 늘어놓는 정도는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이찬도 그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기분을 나쁘게 할 정도도 아니고, 장난으로 넘길 수 있을 법한 가벼운 어조로 내뱉는,

“귀찮게… “ 라는 한 마디. 이찬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기도 했다. 사람을 여러 방면에서 보고 좋은 구석을 잘 짚어낼 수 있다면,

보완점은 그와 함께 같이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찬은 선뜻 나서는 것이다. 제 주제 넘는 일임을 알아 딱 손을 얹어 준다,

정도에 그쳤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어쩔 수 없이! 도와주는 거다, 하면서 온전히 주도권을 넘긴 조력자를 자청한다.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점이 하나 있다면 이찬의 그 열등감이다. 그가 적극적인 조력자로서 어떤 일의 상당한 부분을 도맡겠다

나서지 않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여실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의식 저 깊은 데서 뭐 하나 끄집어오라 하면

아주 약간의 자신감 정도는 존재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꺼내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찬에게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툭하면 자신의 한심함에 대한 성찰을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주제에 누구를 돕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찬은 제 능력을

모르고, 그럼에도 감정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내가 지금 나서지 않으면 안 돼, 하는 약간의 강박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물젖은 크럼블은 달콤함도, 바삭함도… 크럼블의 자랑거리라 할 만한 것들을 죄다 잃어버린다.

크림치즈로 덮인 크럼블이 제 맛을 내지 못한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밋밋하고, 재미없고, … 심지어는 디저트로 먹기 싫은

크림치즈 크럼블. 하지만 이찬은 그렇게 놓아둘 이가 아니다. 아득바득 이 악물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아무리 내가 열등해도,

우등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닌 평범을 목표로 하는 이상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말해 주는 크럼블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러니 여전히 바삭바삭! 열등 크럼블!

기타

생일

9월 1일

호랑이꽃 ; 나를 사랑해 주세요 // 탄자나이트 ; 긍지 높은 사람

Likes : 크림치즈, 딸기 탕후루/크럼블, 남색, 저녁 바람

Hates : 블루베리, 날붙이(칼 등…),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밴드

가족

父 제우림 母 박유하 兄 제주찬. 4인 가정이다. 아버지는 시청 공무원, 어머니는 한 시골 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직업 특성 상 어머니는 친가 쪽에 내려가서 살고 있으며 거의 주말마다 가족 얼굴을 보러 집으로 올라온다.

두 살 위의 형인 주찬은 일찍이 이찬보다 먼저 베이킹을 했으나 안타깝게도 재능이 없어 포기했다. 형 또한 크림치즈를 좋아한다.

가족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단란하고, 하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부모님께 부족함 없는 사랑을 받았다.

1)늘 손에 붙이고 다니는 밴드는 푸른색이다. 네모난 것도 동그란 것도 길다란 것도… 아무튼 종류별로 있다.

2)중학교까지는 형과 함께 세인트 마리를 다녔으나 고등학교까지 진학한 것은 이찬 혼자다.

3)팔 힘이 매우 세다. 그래서인지 크림치즈를 잘 뭉개고… 거품기도 같이 잘 뭉갠다. 팔씨름도 잘한다.

4)왼손잡이다. 각종 가위는 직접 가져와서 사용한다. 손 방향에 상관없이 매우 악필이기도 하다.

세인트 마리

이찬은 성적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왜 성적이

안 나오는지 안타까울 정도라고. 하지만 많은 학생들을 봐온 그들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도 더러 있어,

이찬에게 더 격려해 줄 말은 찾지 못했다. 선생님들에게는 그래도 깍듯한 자세를 유지하는 이찬이다.

쉬는시간에는 디저트 구상 및 스케치, 조리 시간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구상한 디저트를 구현하는 데에 노력한다.

방과 후에도 마찬가지다. 이찬만큼 밤낮없이 노력하는 이는… 그 명문 세인트 마리인데, 없으면 이상한 일이겠지.

이찬이 그중에서도 유별난 노력가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야 이찬 자신이 그 사실을 부정하니까.)

교우 관계는 무난한 편이라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못했다. 베이킹에 시간을 죄 쏟느라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도통 나지를 않았다. 이찬은 혼자도 괜찮다 말했지만…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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